여행

여행 중 만난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경험 (feat. 모로코·프랑스·네덜란드)

EcoVeMi 2024. 5. 11. 14:16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부류의 사람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단순히 문화의 차이가 아니더라도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들도 있다고 보이는데, 그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만났던 이상한 사람에 대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궁금한 점
궁금증이 가득해지는 경험

 

 

 

해당 국가를 방문했던 시간순으로 순서를 정해보았다. 프랑스 파리를 먼저 방문했었고, 이후 모로코의 마라케시를 방문했다. 그리고 이들 나라 중 마지막으로 네덜란드를 방문했었기에 프랑스-모로코-네덜란드의 순서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1. 프랑스 파리에서 누군가를 계속 찾는 할아버지

 

프랑스 파리를 혼자 여행할 적이었다. 몇 년전의 나는 학생 신분의 여행객이었고, 처음 파리를 방문하는 것이라 혼자 뤽상부르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7월의 날씨와 녹음을 즐기고 있었더란다. 뤽상부르 공원에는 공원 이용자들을 위해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들을 배치해 두었다. 거기에 혼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는데, 어느 인자한 미소를 띤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가 내 옆에 놓인 의자에 앉더니 말을 걸기 시작했다. 

 

Jardin du Luxembourg
Jardin du Luxembourg

그 할아버지가 구사하는 영어로 봐서는 영어권 국가의 국민인 듯 하였다. 당시 나는 간단한 영어로 소통을 하는 수준이었기에 그 할아버지가 영어 원어민인 것을 알고, 여행 중의 간단한 스몰톡이겠거니 싶어 영어공부나 하자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새로운 곳에서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꽤나 신선하다고 느꼈기에 그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들어주었다랐다.

 

몇 년 전의 기억이지만, 그 할아버지의 이미지가 상당히 인자했고 안경도 잘 어울렸으며 정상적인(?) 학자나 은퇴한 기업가로 느껴졌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이상한 사람이 아닐 것이란 편견을 가졌었던 것 같기도 하다. 밝은 대낮이었고, 백발의 노인이고 안경도 썼으니 물리적으로도 취약할 것이기에 혹여 무슨 일이 발생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왜 파리에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 할아버지는 본국(호주였나 뉴질랜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장기 투숙 중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조금 의아함을 가졌었다. 

 

아무래도 혼자 여행 중이니 늘 사람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었고, 파리는 소매치기 같은 범죄에도 노출되어 있어서 더욱 조심을 하고 있었다. 몇 분간 이야기를 해보니, 그 할아버지는 나에게 돈을 가져가려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단순히 외로워 보였다고나 할까. 그 할아버지와 나는 공원을 조금 걸으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30분 정도 공원을 따라 걸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정도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준 것도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취향이 동아시아 여자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동아시아 여자들이 친절하기 때문이란다. 할아버지가 시간이 지날수록 동아시아 여성에 대한 호감과 외로움이 극에 달했다는 뉘앙스를 비추었고, 나는 그게 불편했다. 

 

싸한 느낌이 온 나는, 이제 곧 다른 일정이 있다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시도했고 다행히 그 할아버지는 억지로 가려는 나를 잡지는 않았지만, 작별인사랍시고 가볍게 포옹하고자 하는 제스처를 취하길래 내 어깨를 잽싸게 갖다 박아 최대한 예의를 지켰다. 내키지 않으면 포옹도 거절하면 되었는데 순진무구했던 나는 여러 미디어에서 본 서구의 문화였고 포옹이 여기선 기본 인사라고 생각했었다. 그 할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딱히 나에게 무례하게 대한 것은 없었기에 내가 속으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굳이 마지막을 난리법석을 피우거나 화를 낼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볍게 어깨 포옹을 하고 나서 그 할아버지의 태도가 돌변하는데, 포옹을 하고 나자마자 "I LOVE YOU!"를 두세 번 다급하게 외치는 것이다. 조금 텐션이 높아진 모습의 할아버지였다.

 

뭐지? 조크인가, 진담인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그냥 조심히 여행하라며 인사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뒤돌아섰다. 내 추측이건대, 그 할아버지는 혼자 여행하는 동아시안 여성 여행객들에게 접근하여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더한 것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내가 경험한 것만 근거로 한다면 이 할아버지는 친절하고 모든 이야기를 받아주는 사람이 고팠던 외로운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은 친절을 늘 조심하고, 명백하지 않더라도 의심이 가는 의도가 보인다면 그 상황에서 바로 벗어나시길 바란다

 

 

 

2. 대낮부터 마라케시 거리에서 여행객을 놀래키는 아저씨

 

모코로 마라케시를 여행한 때로 돌아가본다. 혼자 여행하지 않았고 학과에 같이 알고 지내던 동성 일행과 같이 갔더랬다. 날이

모로코 마라케시

밝게 갠 오전에 일행과 함께 숙소에서 나가니 햇살이 비추는 거리에 일행과 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거의 몇 명이 채 보이지 않는 마라케시의 골목길을 걷는데, 반대 방향에서 터번 같은 모자를 쓰고서 현대복장이 아닌, 마라케시의 전통복 같은 옷을 입은 중년 남성이 눈을 거의 감고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경을 읊는 듯이 무언가를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왔다.

 

아주 천천히 걸어왔었기에 알 수 없는 느낌이 와서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딱히 양손에 우리를 해칠 수 있는 도구를 들고 있다거나 덩치나 키가 그렇게 크지 않았으며 날이 밝은 오전이었기 때문에 굳이 그 사람을 피해서 다른 골목길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기분 나쁜 일은 나와 동성 일행이 그 아저씨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던 아저씨는 나와 일행이 스쳐 지나갈 때, 몸을 우리 쪽으로 돌리더니 "왁!" 하며 크게 소리를 지르며 놀라게 했다. 그러고선 씨-익 웃었다. 

 

동행과 나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기에 놀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개 같은 아저씨는 여성들을 상대로 그런 장난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비정상이다. 억울했던 건 그 아저씨한테 놀라서 혹시나 대꾸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뭐라고 말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손가락 욕이라도 들어줘야 했었나 싶기도 하다. 마라케시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기에 다른 도시에 비해 밝은 대낮에는 더더욱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밝은 대낮에도 늘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던 경험이었다. 

 

 

 

3. 네덜란드 헤이그의 인종차별 할아버지?

 

네덜란드 헤이그에 학교 동기들과 함께 잠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프리카계 흑인이었던 동기와 함께 뒤처져서 학교 측의 가이드를 받지 않고서 그 동기와 나, 이렇게 단 둘이 행사장으로 이동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스마트폰 어플이 지금처럼 편리하게 발달되었던 때가 아니었고 인터넷 연결이 활발하지 못하였기에 길을 잃고 말았단다. 

네덜란드 헤이그

 

동기와 나는 대중교통수단을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그러다 흑인이었던 동기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물어보겠다며 반대편 방향에서 마주 보고 걸어오던 백인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그 백인 할아버지는 네덜란드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당시 헤이그에는 국제기구가 몰려있어 외국인이라고 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흑인 친구가 말을 걸었는데 그 할아버지는 사람이 있는 척도 하지 않고 휙 지나갔다. 친구가 영어로 말을 걸었기 때문에 영어를 몰라서 그 할아버지는 우리를 지나쳤던 것일까? 흑인과 아시아인 조합을 보고서 그 할아버지는 거부감을 느낀 것일까? 만약 그 할아버지가 영어를 하지 못했었어도 영어를 모른다고 답한 뒤 스쳐 지나갔다면 납득이 갔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할아버지는 우리를 없는 존재로 인식한 듯이 눈길 한 번 주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다.  

 

물론 그 할아버지가 자국의 사람들까지 물어보는 말에 '노룩패싱'을 시전 한다면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종차별의 범주가 아니라, 개인의 성격의 범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종차별이라고 말하기에 확실지는 않다. 그저 헤이그 내에서 인종차별 경험들을 여기저기서 들었기 때문에 인종차별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하는 것일 뿐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곳을 다녀보았으니, 아마 내 기억 속에는 이상한 사람들에 대한 썰이 더 있다. 그러나 충격을 받은 것들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여행지에서 인지라 이번 포스팅에서는 3가지의 이야기만 풀어보았다. 앞으로 여러 나라를 여행할 것이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가능성은 높다. 이후 경험들을 글로 정리할 준비가 되면 2탄을 적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