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여행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장면들이 출현한다. 당신에게 있어서 여행을 자극하는 미디어 속 요소들은 무엇이었는가? 필자 기준, 여행의 낭만을 극대화시킨 영화 속 3가지 장면을 살펴본다. 그럼 시작해 보겠다.
1. 「리스본행 야간열차」 - 포르투갈
제목에 '리스본'이 포함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그레고리우스'는 비가 많이 내리던 날, 강 위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던 한 여인을 구한다. 그 여인이 걱정되었던 그레고리우스는 학교까지 데려오지만, 그 여인은 비에 젖은 붉은 코트와 책 한 권, 15분 후 출발하는 리스본행 기차 티켓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그레고리우스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사라져 버린 여인과 여인이 남긴 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프라두'를 찾기 위해 리스본행 기차에 타게 된다.
가보지 않았던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갑작스레 떠난 그레고리우스는 여행짐을 준비해오지 않아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옷과 안경을 새로 구매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바꿀 리스본에서의 여행을 시작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유럽 특유의 고즈넉하고 옛된 풍경을 잘 담아내기에 포르투갈뿐만 아니라 독일과 스위스의 풍경도 엿볼 수가 있다. 하지만,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모습이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게 담겨 있기에 포르투갈에 가본적 없는 분들이라면 리스본에 대한 환상을 꿈꾸기에 충분하다.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 미스터리, 멜로/로맨스이다. 2014년에 개봉하였으며,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으니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은 그 반대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소설을 먼저 읽어서 내가 구현한 상상력 아래에서 영화와 비교할 것인지, 영화가 보여주는 실제 리스본의 모습에서 나의 상상력을 가미할 것이냐는 차이만이 존재한다. 현재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시리즈온, 티빙(Tving), 웨이브(Wavve), 왓챠(Watcha)에서 만나볼 수 있다.
2. 「한여름의 판타지아」 - 일본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유튜브로 영화를 요약하고 추천해 주는 채널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2015년에 개봉하여 거진 10년이 지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세월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이제껏 본 영화 중에서 일본 시골 마을의 모습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되는 영화였다. 2015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한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배경지는 일본 나라현의 고조시이다.
영화는 크게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영화감독 '태훈'은 새로운 영화 촬영을 위해 조감독인 '미정'과 함께 일본의 지방 소도시인 나라현 고조시를 방문한다. 나라현의 고조시 마을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태훈과 미정. 떠나기 전날 밤, 태훈은 이상한 꿈을 하나 꾸게 된다. 일어나 창문 밖을 보니 밤하늘에는 불꽃놀이가 수놓아진다.
두 번째. '혜정'은 한국에서 혼자 여행을 하러 왔다. 안내소에 들러 길을 묻는 도중, 고조시에 사는 청년인 '유스케'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유스케는 혜정의 가이드를 자처한다. 남자친구가 있었던 혜정은 그의 선의를 처음에 거부하지만, 그날 밤 남자친구와 싸우게 되고 다음날이 되자 유스케를 만나 안내를 부탁한다. 함께 여행하며 여러 이야기를 공유하는 두 사람. 유스케는 혜정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잔잔하고 힐링이 되는 영화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적극 추천하는 영화이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감성과 자연환경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란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시리즈온, 티빙(Tving), 웨이브(Wavve), 왓챠(Watcha)에서 시청 가능하다. 특히나, '한여름의 판타지아' 감독판 뮤직비디오와 예고편에서 사용된 음악이 마치 영화가 가진 유니크한 매력을 응축한 느낌이라 이 노래들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여름의 일본 시골 마을에 잠시 다녀간 듯한 기분이 든다. 최고은의 'ROZA'가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MAYU라는 일본 가수가 부른 'Kissed My Dream'인데 아쉽게도 음원 검색이 불가하다.
3.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이탈리아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오늘 소개한 영화 중에서 가장 최근에 개봉하였으며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 1980년대 이탈리아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는 열일곱 살의 소년 'Elio'는 아버지의 보조 연구원으로 찾아온 스물네 살의 청년 'Oliver'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의 배경지였던 이탈리아 소도시, 크레마의 모습이 강렬한 햇살과 발랄한 색감 아래 가득 담겼다. 이탈리아의 주요 여행지인 로마의 도시미가 아닌, 남부유럽 특유의 자연경관과 선명한 초록빛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다 보면, 이탈리아를 유적지가 가득한 고대문물의 이미지로 떠올리지 않고 쨍한 햇빛, 푸르른 바다, 선명한 초록빛의 숲과 들판의 이미지로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바로 Sufjan Stevens의 'Mystery of Love'이다. 이 노래를 듣자마자 뜨겁고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날, 이탈리아 크레마의 별장을 누비며 풋풋한 사랑을 하는 순간으로 돌아간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시리즈온, 티빙(Tving), 웨이브(Wavve), 왓챠(Watcha)에서 시청 가능하다.
이렇게 여행의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세 편(리스본행 야간열차, 한여름밤의 판타지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살펴보았다. 여행이 그리워지는 순간에 영화 한 편을 틀어 잠시 그리움을 달래길 바란다. 앞으로 여행감성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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